궁극적인 목표는 인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과 부탄은 480km에 걸친 히말라야 국경을 두고 오랜 시간 ‘고양이와 쥐’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인구 14억의 중국은 강력한 고양이, 인구 80만의 부탄은 약한 쥐로 비유된다.
부탄은 중국과 14개 국경을 공유하는 나라 중 유일하게 공식적인 국경 조약이 없다. 이로 인해 중국은 민간인 침입, 군사 순찰, 영토 주장, 심지어 마을 건설까지 벌이는 ‘회색지대 전쟁’을 벌일 수 있다.
중국이 부탄을 노리는 이유는 부탄 자체보다 인도의 전략적 요충지 ‘닭의 목’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부탄을 통해 인도의 본토와 북동부 지역을 연결하는 실리구리 회랑을 압박할 수 있다.
문제는 1951년 중국이 티베트를 합병하면서 시작됐다. 중국은 부탄에 대한 티베트의 역사적 영유권 주장을 계승하고, 독립 국가로서의 부탄 권리를 부정하며,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1950년대부터 중국은 부탄 북부의 파삼룽과 자칼룽, 서부의 독람 지역을 영유권 주장 대상으로 삼았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은 북부 지역의 멘추마 계곡까지 영유권을 확대했으며, 공식 지도에도 부탄 영토로 표시되어 있던 곳이다.
부탄은 1984년부터 중국과 국경 문제 협상을 시작했지만, 40년이 넘는 협상에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중국은 외교적 절차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지상에서 점진적 점령을 확대했다.
1988년 중국은 독람 대부분을 장악했다. 독람은 크기는 작지만(34mi², 89km²) 중국이 인도와의 전략적 우위를 위해 반드시 확보하고자 하는 지역이다.
1990년과 1996년, 인도는 부탄에 중국과의 패키지 딜을 거부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딜 내용은 전략적 가치가 낮은 북동부 지역을 중국에 양보하는 대신, 독람 등 서부 지역을 내주는 것이었다.
1998년 부탄과 중국은 평화와 안정 유지 합의를 체결했지만,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여섯 단계 전략을 통해 점진적 점령을 계속했다.
실리구리 회랑, 일명 ‘닭의 목’은 인도가 가장 좁아지는 곳으로, 북서쪽의 네팔과 남동쪽의 방글라데시 사이 폭이 단 20km에 불과합니다.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나요? 지도를 살짝 찡그리며 보면 인도가 닭 모양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이 회랑이 어디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전략은 티베트 목동을 부탄에 들여 보내고, 보호를 위한 군사 순찰과 초소 건설, 도로 연결, 영구 정착촌 건설로 이어졌다.
2016년 이후 중국은 부탄 내 여러 정착촌을 건설했고, 2024년 기준 19개 마을과 3개 정착지, 약 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졌다.
2020년에는 동부 부탄 사크텡 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도 더해졌다. 부탄은 인도와의 2007년 협약으로 독람을 양도할 수 없어 중국에 완전히 대응하기 어렵다.
2017년 중국이 독람 남쪽의 도로 확장 시도를 할 때, 인도가 72일간 군대를 파견해 공사를 막았다. 부탄은 인도군을 초청했는지 불분명하게 남겨 균형을 유지했다.
중국의 ‘회색지대 전쟁’ 전략은 남중국해, 러시아-조지아 국경 등에서도 사용된 바 있으며, 강대국이 약소국을 점진적으로 지배하는 전술로, 국제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